구광모 LG그룹의 5년
LG그룹이 새 총수를 맞이한 지 5년이 지났습니다. 2018년 6월 29일 구광모(45) 대표는 만 40세의 나이에 10개 상장사(현재 11개)와 50여 비상장사, 11만여 종업원(현재 15만여 명)을 이끄는 지주회사 ㈜LG 회장에 취임했습니다. 2006년 스물여덟에 LG전자 재경부문 금융팀 대리로 입사해 여러 부서를 거치며 경영 수업을 받은 지 12년 만의 일이었습니다.
구 대표 취임 당시 LG그룹에 세간의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LG는 1947년 창업주 구인회 회장이 설립한 락희화학공업사에서 출발해 1970년 2대 구자경 회장의 럭키그룹 시대, 1995년 3대 구본무 회장의 LG그룹 시대를 거치며 재계 4대 그룹으로서 지위를 공고히 해온 터였습니다.
4대 구광모 회장 시대가 열리면서 LG그룹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관심을 모은 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40대 젊은 총수가 지주회사 및 계열사를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 재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왔습니다.
지난 5년간 구 대표는 이런 의혹을 불식했습니다. 취임 초부터 자신만의 경영 방식으로 그룹 내 다양한 사업의 선택과 집중을 추진해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했습니다.
특히 미래 먹거리로 분류되는 배터리 및 전장 사업에서 두드러진 성장을 이끌어냈습니다. 구 대표는 숫자를 통해 능력을 입증했습니다. LG그룹 매출은 구 대표 취임 이듬해인 2019년 138조1508억 원에서 2022년 190조2925억 원으로 약 37.7%,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조6341억 원에서 8조2202억 원으로 약 77.4% 성장했습니다.
젊은 총수의 다른 리더십
LG그룹이 지난 5년간 두드러지게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구광모 대표의 남다른 리더십이 첫손으로 꼽힙니다. 그는 ㈜LG 회장에 취임한 후, 사업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인재를 발굴 및 육성하는 지주회사 대표 역할에 집중했습니다. 스스로 ‘회장’이라는 직위가 아닌 ‘대표’라는 직책으로 불러달라고 한 이유도 그 역할에 집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습니다.
경영인에게 요구되는 여러 덕목 가운데 ‘과감한 결단력’은 빠지지 않는 요건입니다. 업계 상황과 전망을 냉정하게 판단하고, 비교우위를 점하는 사업 분야를 중심으로 과감한 결단력을 갖고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합니다.
구 대표는 그런 면에서 경영인으로서 면모를 제대로 보였습니다. 최근 5년간 모바일(스마트폰) 사업 종료, LX 계열 분리, LG에너지솔루션 기업공개(IPO), AI연구원 설립 등 그룹 내 굵직한 변화를 이끌어냈습니다.
구 대표는 이와 함께 세부 변화도 시도했습니다. 지주회사 대표와 계열사 CEO의 역할을 명확하게 구분한 것이 그 일환입니다. 전체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상하고 사업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일에 집중하면서, 각 계열사 CEO가 구체적인 전략을 짜고 실행해 나가도록 했습니다. 지주회사가 계열사 경영에 지나치게 간섭하거나, 무책임하게 방관하는 일을 막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그는 계열사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항상 열린 자세를 보였습니다. 계열사 임원들에게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어떤 부분이 필요한지, 어떤 도움을 드리면 되는지 가감 없이 말해 달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업 전략을 짜고 실행에 옮기는 일은 계열사 CEO의 몫이지만 구 대표는 그들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지해 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구 대표의 이런 면모는 형식이나 격식에 연연하지 않는 열린 리더의 자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는 가치에 집중하고 실용주의를 추구하는 리더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대표 취임 후 가장 먼저 그룹 차원의 회의체나 모임을 실용적 형태로 개선했습니다.
먼저 임원들이 모여 대표에게 보고하고, 대표가 경영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거의 회의 방식에서 탈피했다. 현재는 임원회의도 회의 때마다 상황에 맞는 주제를 정해 토론하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필요에 따라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강연을 듣기도 합니다. 400여 임원이 분기마다 모이던 임원 세미나를 없앤 것도 큰 변화입니다. 회의 성격에 따라 50명 미만의 인원이 참가하고, 온라인 등을 활용해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이 직접 다양한 의견을 내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조직 내 근무 문화도 구광모 대표 취임 이후 바뀌고 있습니다. 2021년 LG는 여름철 반바지까지 허용하는 완전 자율 복장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직원들이 가벼운 옷차림으로 근무하며 유연하고 스마트하게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한 것입니다. 제도 시행 2년이 지난 현재,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에서는 하절기 반바지나 샌들을 착용한 직원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ABC (AI, BIO, CLEAN TECH)
LG는 24일 “구 회장이 지난 21일부터 나흘간 LG화학 생명과학본부의 보스턴 법인과 계열사 아베오, 토론토의 LG전자 AI 랩(Lab) 등을 방문해 관련 분야의 미래 사업을 점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구 회장의 북미 출장은 2018년 회장 취임 이후 이어온 미래 준비 행보를 전 세계로 확장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LG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AI, 바이오, 클린테크 등 이른바 ‘ABC’ 분야를 선정하고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습니다.
A: AI는 미래의 게임체인저
우선 LG는 다양한 산업 분야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거대 AI 분야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초거대 AI는 대용량 연산이 가능한 컴퓨팅 인프라를 토대로 대규모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해 인간처럼 사고, 학습, 판단할 수 있는 AI를 말합니다.
LG AI연구원이 2021년 공개한 초거대 AI ‘엑사원(EXAONE)’은 AI 개발자가 아니라도 쉽고 간편하게 초거대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3대 서비스 플랫폼(유니버스·아틀리에·디스커버리)을 개발했습니다.
‘엑사원 유니버스’는 초거대 언어 모델 기반 플랫폼, ‘엑사원 아틀리에’는 텍스트와 이미지 간 양방향 생성이 가능한 멀티모달 기능을 탑재한 플랫폼, ‘엑사원 디스커버리’는 논문 및 특허 등 전문 문헌뿐 아니라 수식과 표, 이미지까지 스스로 학습해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세상의 난제를 해결하도록 돕는 플랫폼입니다.
출장 둘째 날인 22일엔 AI 특화도시 토론토를 방문해 AI 분야 미래 준비를 이어갔습니다. LG전자 ‘AI 랩’을 찾은 구 회장은 경영진과 AI 사업 추진 현황을 점검하고 미래 연구개발(R&D) 방향, 계열사 간 협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습니다. 이날 미팅에서 LG는 고객 관점에서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AI 기술의 실행력을 더욱 높이고 핵심 역량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구 회장은 22일에는 AI 연구에 특화된 캐나다 토론토로 이동, AI 분야 미래 준비를 이어갔습니다.
앞서 LG전자는 2018년 LG그룹 최초의 글로벌 AI 연구 거점인 'AI 랩'을 토론토에 설립했습니다. 현재 AI 랩은 토론토대와 산학 협력 과제를 수행하며 LG전자 내 AI 분야의 선행 연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구 회장은 AI 랩에서 배경훈 LG AI연구원장과 이홍락 최고AI과학자(CSAI), 김병훈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등과 만나 AI 추진 현황을 직접 점검하고 미래 연구개발(R&D) 방향, 계열사 간 협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습니다.
구 회장은 "AI는 향후 모든 산업에 혁신을 촉발하고, 이를 어떻게 준비하는가에 따라 사업 구도에 커다란 파급력을 미칠 미래 게임체인저"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AI 관련 기술의 진화 속도가 매우 빠르고 경쟁도 더 치열해지고 있다"며 "지금까지 확보한 기술이 계열사 비즈니스 현장에서 실질적 사업 성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빠르게 적용하며 이를 통한 레슨런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높여가자"고 당부했습니다.
구 회장은 "AI를 통한 혁신도 단순한 제품과 서비스의 개선 차원을 넘어 고객의 관점에서 제공할 수 있는 가치를 치열하게 고민해가야 한다"며 "LG의 미래를 만든다는 자부심을 갖고 집요하게 실행해 가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LG는 AI 기술을 활용, 고객 관점에서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실행력을 높이고 필요한 핵심 역량 강화에 힘쓰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LG의 제품이나 서비스, 조직 운영에 AI를 활용하는 성공 사례도 만들어 나가기로 했습니다.
구 회장은 “AI는 향후 모든 산업에 혁신을 촉발하고 사업 구도에 커다란 파급력을 미칠 미래 게임체인저”라며 “지금까지 확보한 기술들이 계열사의 실질적 사업 성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레슨런(lesson learn)’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높여가자”고 강조했다.
B: 배터리처럼 바이오에서도 도전 강조
바이오 분야에서는 세포치료제와 같은 최신 기술을 활용해 암이나 대사질환 같은 질병을 정복하는 혁신 신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최근 LG화학 생명과학본부는 4개 팀과 40여 연구인력을 갖춘 ‘세포치료제 TF’ 조직을 가동했습니다. 살아 있는 세포를 활용해 암을 치료하는 세포치료제는 최근 의약품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술입니다.
연평균 50% 성장이 예상되는 미래 바이오 기술이기도 합니다. 특히 제3세대 바이오 의약품은 ‘꿈의 항암제’로 불리기도 합니다. 지난해 구 대표는 오송 LG화학 생명과학본부를 찾아 신약 파이프라인 구축 현황과 개발 과정을 살피고,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역량 강화에 주력해 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출장 첫날 일정은 보스턴에서 소화했습니다. 보스턴은 글로벌 바이오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 2000여 개가 밀집해 있습니다. ‘바이오산업의 메카’로 불리는 곳입니다.
구 회장은 2019년 설립된 LG화학 생명과학본부 보스턴 법인(이노베이션센터)과 LG화학이 지난 1월 인수한 아베오파마슈티컬스를 찾았습니다. 항암 신약, 세포 치료제를 중심으로 ‘2030년 글로벌 톱티어’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을 점검했습니다.
구 회장은 “LG의 바이오 사업이 지금은 비록 작은 씨앗이지만 꺾임 없이 노력하고 도전해 나간다면 LG를 대표하는 미래 거목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임직원을 격려했습니다. 30년 넘는 기술 개발 및 투자를 통해 현재의 주력 사업으로 자리 잡은 배터리처럼 바이오 사업에서도 ‘끊임없는 도전’을 주문한 것입니다.
C: 클린테크의 지속가능한 미래
LG는 클린테크 분야에서도 투자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관련 사업은 △바이오 소재를 활용한 친환경 플라스틱 개발 △폐플라스틱 및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개발 △신재생에너지 기반의 탄소 저감 기술 강화 등입니다.
특히 유럽을 중심으로 기업이 배출하는 탄소는 물론 협력회사와 물류 과정 등 제품 수명주기 전 단계에서 배출되는 탄소까지 관리하는 방향으로 환경 규제가 엄격해질 전망입니다. 이에 LG는 친환경 클린테크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탄소 저감을 고민하는 고객사에 빠르게 대응한다는 계획입니다.
LG그룹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는 것에 대응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동시에 미래세대에게 안전하고 깨끗한 세상을 물려주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글은 한국경제, 서울신문, 신동아, 연합뉴스의 기사를 재 편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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